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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당비장(貴幢裨將) 사다함(斯多含)의 <청조가(靑鳥歌)>


계림(鷄林)을 돌아 반월성(半月城)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반월성(半月城) 옆 꽃밭엔 매년(每年) 국적(國籍)모를 꽃들로 가득하니 가히 국제도시(國際都市)(?)라 할 만하다. www.pjnonsul.com
   받쳐 든 우산(雨傘)으로 비가 제법 세차게 부딪히며, 이른 장마가 올해도 예사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토성(土城)사이로 난 마사토(磨砂土) 환한 길을 걸어가면서 화려(華麗)했던 천년(千年) 신라(新羅)반월성(半月城)이 함초롬히 피어있는 들꽃의 소박(素朴)함에 묻혀 저만치 멀어져 감을 느낀다.


황룡사지에 조성된 국적 없는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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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탈해(脫解)금관가야(金官伽倻) 김수로(金首露)와의 변신(變身) 대결(對決)()하여, 배를 타고 양남(陽南) 하서 해안(海岸)으로 상륙(上陸)하여, 토함산(吐含山) 토굴(土窟)에서 이레를 지내고서 살만한 터를 살펴보게 되었다.
이때 탈해(脫解)의 눈을 사로잡은 곳이 반월성(半月城)이었다.
탈해(脫解)는 꾀를 내어, 조상(祖上)이 대장장이라고 몰래 파묻은 숯으로 인하여 호공(瓠公)의 집을 빼앗아 살게 되었다고 한다. www.pjnonsul.com
   혹자(或者)탈해(脫解) 집단(集團)고향(故鄕)을 페르시아로 보고, 조상을 대장장이라고 한 것이나, 또한 쇠의 바다(金海)에서 김수로(金首露)대결(對決)을 한 것을 두고, 탈해(脫解)를 페르시아 무기(武器) 상인(商人)으로 설정(設定)하기도 한다.
탈해(脫解)토함산(吐含山)에서 살터를 정한 곳은 곧 반월성(半月城), 페르시아인의 표식(標式)으로 보이는 -지금도 페르시아 이슬람 사원 꼭대기나 국기에 반월이 그려져 있다- 문양(紋樣)을 찾아 먼저 정착(定着)한 페르시아 인들의 집단(集團) 주거지(住居地)를 찾은 것은 아닐까? 공교롭게도 호공(瓠公)원래(元來) 바다건너에서 살다가 서라벌(徐羅伐)정착(定着)하였다니, 설화(說話)이면(裏面)에 숨어 있는 원뜻의 퍼즐 맞추기는 서라벌(徐羅伐) 기행(紀行)의 즐거운 상상(想像)이 항상 탐방자(探訪者)를 들뜨게 하면서 발걸음이 순풍(順風)에 돛단 듯 하게 한다.


경주 소금강산 자락에 조용히 누워있는 신라 4대 석탈해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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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월성(半月城)을 가로 걸으며 가끔씩 만나는 약간은 무뚝뚝해 보이는 서라벌(徐羅伐) 인들의 어깨에 이젠 천년(千年) 망국(亡國)()이 사라지고, 새로운 희망(希望)이 조금씩 조금씩 피어오르는 것 같다.
조악(粗惡)한 활쏘기 체험장(體驗場)을 나와서 안압지(雁鴨池)()하다 반월성(半月城) 입구(入口) 오른쪽을 보면 깨끗하게 단장(端裝)한 조그만 연못 같은 물웅덩이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大多數) 탐방객(探訪客)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그날의 이야기를 물안개 향연(饗宴)으로 나지막한 낮은 목소리로 기행자(紀行者)의 귓전을 간지른다. www.pjnonsul.com
   때는 반도(半島)를 집어삼킬 듯한 기상(氣像)이 온 서라벌(徐羅伐)을 감싸 안았던 진흥왕(眞興王) 시절(時節), 열다섯 나이로 대가야(大伽倻) 전단문(栴檀門)으로 질풍(疾風)같이 달려가 대가야(大伽倻) 도설지왕(道設智王)항복(降伏)을 받고 개선장군(凱旋將軍)으로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서라벌(徐羅伐) 궁궐(宮闕)로 돌아온 귀당비장(貴幢裨將) 사다함(斯多含)이었다.
그러나 개선(凱旋) () 맹약(盟約)의 벗 무관랑(武官郞)궁궐(宮闕) 담을 넘다가, 구지(溝池)-해자(垓字)-에 빠져 죽자, 칠일(七日) 동안 슬퍼하다가 친구(親舊)를 따라 저승세계 갔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대가야(大伽倻)호령(號令)하여 단번(單番)격파(擊破)화랑정신(花郞精神)표상(表象) 사다함(斯多含)친구(親舊) 무관랑(武官郞)의 죽음 때문에 슬퍼하다가 그를 따라 갔다니 참으로 삼류소설(三流小說)의 한 장면(場面) 같아서 입가에 쓴 웃음이 묻어 나온다.
과연 그럴까? 액면(額面)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하나 둘이 아니다.
삼국통일(三國統一) 정신(精神)출발점(出發點)사다함(斯多含)존재(存在)한다는 것은 누구나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사실이다.
그렇다면『삼국사기(三國史記)』「열전(列傳)」에 기록(記錄)되어 ()하는 사다함전(斯多含傳)에는 무언가 말 못할 사연(事緣)이 있는 것은 아닐까?


반월성을 에워싸고 있는 구지(해자).(1985년 이전에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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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우리는 사다함(斯多含)미실(美室)이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찾아보아야『삼국사기(三國史記)』「열전(列傳)」에 누락(漏落)부분(部分)보충(補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신라(新羅) 최고(最高)미색(美色) 미실(美室)이는 남편(男便) 세종전군(世宗殿君)을 맞이하기 전 화랑(花郞) 사다함(斯多含)과의 핑크빛 연정(戀情)정신(精神)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화랑(花郞) () 최고(最高)의 자리인 풍월주(風月主)에 오른 사다함(斯多含)으로서는 나라의 부름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다함(斯多含)과의 이별(離別)미실(美室)서라벌(徐羅伐) 밖으로까지 배웅하며 헤어지기 싫은 자신(自身)의 마음을 향가(鄕歌) <송출정가(送出征歌)>에 오롯이 담아 놓고 있다.


안압지 전경. 열려진 대문으로 따뜻하게 손님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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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고 하되 임 앞에 불지 말고   風只吹留如久爲都 郞前希吹莫遣
물결이 친다고 하되 임 앞에 치지 말고   浪只打□如久爲都 郎前□打莫遣
빨리 빨리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고보고   早早歸良來良 更逢叱那抱遣見遣
아흐, 임이여 잡은 손을 차마 물리라뇨.  此好 郎耶 執音乎手乙 忍麽等尸理良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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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함(斯多含)미실(美室)은 두 손을 맞잡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期約)하며, 냇가 버들가지를 꺾어 증표(證票)로 삼고자 하였다.
자꾸만 멀어지는 사랑을 보며, 발길을 눈물로 눈물로 밟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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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후 사다함(斯多含)대가야(大伽倻)() 도설지(道設智)를 비롯한 오천여명의 포로(捕虜)를 이끌고 서라벌(徐羅伐)개선(凱旋)하면서, 오직 다시 만날 미실(美室)이의 생각에 다른 모든 개선행사(凱旋行事)에는 마음이 떠나 있었다.
()()으로 준 포로(捕虜)양민(良民)으로 풀어주고, 여러 번의 사양(辭讓) 끝에 알천(北川)황무지(荒蕪地) 조금만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토록 연모(戀慕)했던 미실(美室)이는 이미 다른 사람-세종 전군(世宗殿君-의 부인(夫人)이 되어 왕궁(王宮)에 들어가고 난 뒤였다.
사다함(斯多含)은 땅을 치며, 떠나간 사랑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www.pjnonsul.com
  
파랑새야 파랑새야 저 구름 위의 파랑새야   靑鳥靑鳥 彼雲上之靑鳥
어찌하여 나의 콩밭에 머무는가   胡爲乎 止我豆之田
파랑새야 파랑새야 너 나의 콩밭의 파랑새야   靑鳥靑鳥 乃我豆田靑鳥
어찌하여 다시 날아들어 구름 위로 가는가   胡爲乎 更飛入雲上去
이미 왔으면 가지 말지 또 갈 것을 어찌하여 왔는가   旣來不須去 又去爲何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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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이 눈물짓게 하며 마음 아프고 여위어 죽게 하는가 空令人淚雨 腸爛瘦死盡
나는 죽어 무슨 귀신 될까, 나는 죽어 신병되리 吾死爲何鬼 吾死爲神兵
(전주)에게 날아들어 보호하여 호신(護神)되어   飛入<殿主護> 護神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전군 부처 보호하여   朝朝暮暮 保護殿君夫妻
만년 천년 오래 죽지 않게 하리   萬年千年 不長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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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함(斯多含)은 이 노래를 부르고 나서 죽음을 결심(決心)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출정식(出征式)향가(鄕歌) <송출정가(送出征歌)>를 불러 주면서 기다리겠다는 미실(美室)이가 떠나버린 서라벌(徐羅伐)은 더 이상 사다함(斯多含)에게는 삶의 희망(希望)이 없어진 ()였을 것이다.
여기에 뒤이어 맹약친구(盟約親舊) 무관랑(武官郞)까지 죽는 사건이 일어나자 사다함(斯多含)은 아마도 식음(食飮)전폐(全閉)하고 그 뒤를 따르고자 했을 것이다.
미실(美室)이도 사다함(斯多含)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화랑세기(花郞世紀)』를 보면, 미실(美室)이가 사다함(斯多含)이 죽은 () 천주사(天柱寺)에서 사다함(斯多含)명복(冥福)을 빌었는데, 그 날 밤 미실(美室)의 꿈에 사다함(斯多含)이 나타나 품에 들어오며 “나와 네가 부부(夫婦)가 되기를 ()하였으니, 너의 배를 빌려 태어날 것이다” 하였다고 한다.
미실(美室)은 바로 임신(姙娠)이 되어 하종공(夏宗公)을 낳았다.
하종공(夏宗公)의 모습이 사다함(斯多含)()히 비슷하였다.
그러므로 세상(世上)에서는 혹 사다함(斯多含)()()할 때에 이미 임신(姙娠)을 하고서 입궁(入宮)하여 낳은 아들이라 한다.


안압지 주변에 조성된 연꽃 밭. 연꽃의 아름다움이 미실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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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함(斯多含)친구(親舊) 무관랑(武官郞)을 집어 삼킨 구지(溝池)-해자(垓字)-에는 그 날의 일을 잊은 듯 빗방울 소리만 가득하고, 간간히 들려오는 사다함(斯多含)의 슬픈 사랑노래 <청조가(靑鳥歌)>가 반월성(半月城) 고갯마루 위에서 그 날을 ()해 짐짓 성낸 얼굴을 하고서, 구지(溝池)무관랑(武官郞) 혼백(魂魄)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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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한자
1.國籍  2.雨傘  3.土城  4.華麗  5.新羅  6.素朴  7.變身  8.對決  9.上陸  10.土窟  11.祖上  12.或者  13.集團  14.故鄕  15.商人  16.設定  17.元來  18.說話  19.紀行  20.想像  21.順風  22.亡國  23.希望  24.入口  25.半島  26.疾風  27.凱旋將軍  28.宮闕  29.凱旋  30.盟約  31.垓字  32.親舊  33.號令  34.單番  35.擊破  36.表象  37.場面  38.額面  39.精神  40.存在  41.記錄  42.部分  43.補充  44.美色  45.男便  46.花郞  47.自身  48.鄕歌  49.期約  50.證票  51.捕虜  52.良民  53.辭讓  54.夫人  55.王宮  56.食飮  57.冥福  58.夫婦  59.世上  60.魂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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